[스크랩] < 한용운 시모음 >

2012. 10. 26. 08:11詩,

 
<  한용운 시모음  >


사랑 / 한 용 운

봄 물보다 깊으니라
가을 산 보다 높으리라
달보다 빛나리라
돌보다 굳으리라
사랑을 묻는 이 있거든
이대로만 말하리.



후 회 / 한 용 운

당신이 계실 때에 알뜰한 사랑을 못하였습니다.
사랑보다 믿음이 많고, 즐거움보다 조심이 더하였습니다.
게다가 나의 성격이 냉담하고 더구나 가난에 쫓겨서,
병들어 누운 당신에게 도리어 소활(疏闊)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가신 뒤에, 떠난 근심보다
뉘우치는 눈물이 많았습니다.



꿈 깨고서 / 한 용 운


님이면 나를 사랑하련마는
밤마다 문 밖에 와서
발자취 소리만 내이고
한 번도 돌아오지
아니하고 도로 가니
그것이 사랑인가요.
그러나 나는 발자취나마
님의 문 밖에
가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사랑은
님에게만 있나 봐요.

아아, 발자국 소리가 아니더면
꿈이나 아니 깨었으련마는
꿈은 님을 찿아가려고
구름을 탔었어요.



꿈과 근심 / 한 용 운


밤 근심이 하 길기에
꿈도 길 줄 알았더니
님을 보러 가는 길에
반도 못 가서 깨었고나.

새벽 꿈이 하 짧기에
근심도 짧을 줄 알았더니
근심에서 근심으로
끝간 데를 모르겄다.

만일 님에게도
꿈과 근심이 있거든
차라리
근심이 꿈 되고 꿈이 근심 되어라.



꿈이라면 / 한 용 운


사랑의 속박이 꿈이라면
출세의 해탈(解脫)도 꿈입니다
웃음과 눈물이 꿈이라면
무심(無心)의 광명도 꿈입니다
일체 만법(一切萬法)이 꿈이라면
사랑의 꿈에서 불멸을 얻겠습니다


가을향기편지지

출처 : 심정희
글쓴이 : Daumkjh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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