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낙 원/ 권 혁부

2012. 11. 11. 19:13詩,




               낙    원 / 권 혁부
    온갖 상처를 안고 미래를 보장 받고자 달려온 병원
    지상에 존재하는 지옥이 여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살아온날 중
    나를 위해 살아온 이기적 삶을 깨우치려는
    신의 섭리라고도 생각했다
    작대기에 걸친 지게처럼 간병인에 기대여
    생명줄을 부여잡고 있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510호 이 할망구가
    다른 병신들의 희망이 되었다
    휠체어에 목발에 흉측한 몰골의 군상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내 곁에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내가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온전한 주둥이로
    70평생 살아온 얘기 솔솔 뱉어낼 뿐인데
    오만상 찌푸리며 아픔도 잊는다고
    갈 생각을 안 한다
    육신이 아프면 마음은 더 아픈가 보다
    할머니방이 낙원 이란다
    깨지고 부러지고 마음도 시냇물처럼 졸졸 흐르는
    낯선 이방인들이 모인 병동에
    병신들의 찌그러진 웃음이 행복하다.
       - 문학공간 12월호/제228회 신인문학상 수상-
                (영상 : 강화 지기, 09년 2월 5일)
출처 : 강화지기
글쓴이 : 강화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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