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오징어를 다듬다가

2020. 10. 15. 20:12joon·사랑방

물오징어를 다듬다가 / 유안진

 

네 가슴도 먹장인 줄 미처 몰랐다

무골호인 너도 오죽했으면

꼴리고 뒤틀리던 오장육부가 썩어 문드러진

검은 피 한 주머니만 껴안고 살다 잡혔으랴

바다 속 거기도 세상인 바에야 왜아니 먹장가슴이였겠느냐

 

나도 먹장 가슴이란다

연체동물이란다

간도 쓸개도 배알도 뼛골마져도 다 빼어주고

목숨 하나 가까스로 부지해왔단다

목고개 오그려 쪼그려

눈알조차 숨겨 감추고

눈 먼듯이

귀 먹은듯이

입도 없는 벙어린듯이........

 

"淸州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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