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나 무"

2013. 11. 12. 19:14joon·사랑방

 

나무가 우레를 먹었다.

 

우레를 먹은 나무는 암자의 산신각 앞 바위

 

위에 외로 서 있다.

 

암자는 구름 위에 있다.

 

우레를 먹은 그 나무는 소나무다.

 

번개가 소나무를 휘감으며 내려쳤으나

 

나무는 부러지는 대신

 

번개를 삼켜 버렸다.

 

칼자국이 지나간 검객의 얼굴처럼

 

비스듬히

 

소나무의 몸에 긴 흉터가 생겼다.

 

소나무는 흉터를 꽉물고 있다.

 

흉터는 도망가지도 없어지지도 못한다.

 

흉터가 더 푸르다.

 

우레를 꿀꺽 삼켜 소화시켜 버린 목 울대가

 

툭 불거져 나와 구불구불한

 

저 소나무는.

 

-조용미(1962~)-

 

"淸州joon"

 

'joon·사랑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인들의 死生觀.  (0) 2013.11.19
종교의 목적은 하나다.  (0) 2013.11.13
나 무  (0) 2013.11.04
김관진 국방부 장관 최대 위기.  (0) 2013.11.03
첫 서 리.  (0) 2013.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