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9. 14:28ㆍ좋은글·名言
죽장망혜(竹杖芒鞋)로 세상을 유람하다가
단천(端川) 고을에서 결혼을 한 일이 있었다 한다.
신혼 첫날 호롱불이 꺼지고
천재 시인과 미인이 함께 찰떡처럼... 그런데 .. .
갑자기 김삿갓이
잠자리에서 펄떡 일어나
불을 켜더니 실망의 표정을 지으면서
벼루에 먹을 갈고 그 좋은 名筆로 一筆揮之하였는디,
毛深內闊 (모심내활)
必過他人 (필과타인)
털이 깊고,안이 넓어 트였으니
필시 타인이 지나간 자취로다.
이렇게 써 놓고
입맛 만 다시면서 한 숨을 내쉬는
신랑의그 요상한 행동에
신부도 요상한 생각이 일어
김삿갓이 써 놓은 화선지를 물끄럼이 보다가
슬그머니 이불에
감 쌓인 몸을 그대로 일으켜 세워
백옥같은 팔을 뻗어 붓을 잡더니
필답으로 그 예쁜 손으로 一筆揮之하였는디,
後園黃栗不蜂坼 (후원황률불봉탁)
溪邊楊柳不雨長 (계변양유불우장)
뒷동산의 익은 밤송이는
벌이 쏘지 않아도 저절로 벌어지고
시냇가의 수양버들은 비가 오지않아도 저절로 자라니더.
신부가 쓴 글을 본 김삿갓은
자기의 처녀성을 의심하는 글도 글이거니와
이에 응답하는
글 역시 기가 막힌지라,
"유머도 이쯤 되면
단순히 음담패설이라고 하지 못할 것이로다"
시인과 미인, 둘은 잠시 주춤했던 분위기를 달콤하게 .....

김삿갓과 처녀의 사랑노래
*김삿갓 처녀에게 왈
樓上相逢視目明 루상상봉시목명
有情無語似無情 유정무어사무정
다락위에서 만나보니 아름답도다
정은 있어도 말이 없어 정이 없는것 같다
*처녀 왈
花無一語多情蜜 화무일어다정밀
月不踰墻問深房 월불유장문심방
꽃은 말이 없어도 꿀을 많이 갖고 있는법
달은 담장을 넘지 않고도 깊은 방에 찾아들 수 있다오
*김삿갓 처녀방에 들며
探花狂蝶半夜行 탐화광접반야행
百花深處摠無情 백화심처총무정
欲採紅蓮南浦去 욕채홍련남포거
洞庭秋波小舟驚 동정추파소주경
미친나비 꽃을 탐내 한 밤에 찾아오니
깊은 방에 숨은 꽃은 대답이 없네
연꽃따러 머나먼길 나 여기왔소
귀여운 작은배여 놀라지 마소
*김삿갓이 떠나며...
昨夜狂蝶花裡宿작야광접화리숙
今朝忽飛向雜怨금조홀비향잡원
어제 밤 미친나비 꽃품에서 잤건만
오늘 아침 훌쩍 날아가니 누구를 원망하랴
김삿갓의 유명한 시
秋美哀歌靜晨竝 추미애가 정신병
가을날 곱고 애잔한 노래가 황혼에 고요히 퍼지니
雅霧來到迷親然 아무래도 미친연
우아한 안개가 홀연히 드리운다.
凱發小發皆雙然 개발소발 개쌍연
기세 좋은 것이나, 소박한 것이나 모두가 자연이라
愛悲哀美竹一然 애비애미 죽일연
사랑은 슬프며, 애잔함은 아름다우니 하나로 연연하다
가을날 곱고 애잔한
노래가 황혼에 고요히 퍼지니
우아한 안개가 홀연히 드리운다.
기세 좋은 것이나,
소박한 것이나 모두가 자연이라
사랑은 슬프며, 애잔함은 아름다우니 하나로 연연하다.
'좋은글·名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감동적인 글 모음 (0) | 2012.07.10 |
---|---|
[스크랩] [펌]백련초해(百聯抄解) (중국의 유명한 7언고시(七言古詩) 중에서 연구(聯句) 100수 (0) | 2012.07.09 |
[스크랩] 무학대사의 어머님 교육 (0) | 2012.07.09 |
[스크랩] 안빈낙도, 그 허망한 말. (0) | 2012.07.09 |
[스크랩] 색즉시공 공즉시생 (0) | 2012.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