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안빈낙도, 그 허망한 말.

2012. 7. 9. 10:19좋은글·名言

 

 

 

 

 

 

 

비를 맞고있는 자전거를 보니

한 단어가 떠오른다

'安貧樂道'

 

내게 있어 자전거는 노동을 상징한다

저렇게 이쁜 모습이 아니다

 

수십년된 자전거에 짐칸을 달아

이동네 저동네 보부상처럼 달리던 모습.

 

채 날도 밝지않아 희끄무레한 여명속으로

자전거를 끌고 사라지는 아저씨

 

허름한 옷차림에 낡은 자전거는

딱,전형적인 노동자의 모습이었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빈낙도'

비록 생활은 빈한하나 그속에서 [마음의]편안함을 구한다는

대충, 뭐 이런 뜻의 안빈낙도를 뜬금없이 떠올린건

방금 살펴 본 내 지갑의 잔고와

처량한 빗속의 저 자전거를 본 순간이다

 

듣기 좋고 뜻도 고상하고 발음까지 근사한 저 말이

과연, 지금의 우리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를 생각 해 본다

 

그 옛날,

다 쓰러져가는 초가라하나 그나마,

몸 누일 방 한칸은 있고

 

비록 손바닥만 하다하나

푸성귀 가꾸어서 찬꺼리 댈 텃밭도 있는,

그 옛날 어르신이야

 

먼 산, 높은 하늘 바라보며

시조라도 읊듯 이리 말 할 수 있다

"자신의 분수에 만족하여 욕심만 안 내면 되는거여"

 

헌데,

지금의 우리는 어떠한가?

구구절절 이러저러 끝이 없으니 거두절미하고,

 

'내 자식조차 갖다 버려야 할' 지경이다

 

하루 하루가 절박한데

하루 하루가 참담한데

무슨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편안히 하여 즐거움을 구할 수 있겠는가?

대체, 버릴 욕심이 어디 있단 말인가?

 

방세 낼 걱정, 물세 전기세 낼 걱정인 우리에겐

욕심 부릴 여력도 없다

 

오늘 당장 방세를 못 주면 몇달째 밀리고

 

오늘 당장 세금 못 내면

물이 끊어지고 전기가 나간다

 

꼴랑 몇백만원 보증금 까 먹으면서

한달 한달 버텨나가는 우리에겐

씹어먹을래도 씹어먹을 욕심이 없다

 

아?

방세 걱정없이 살아봤으면,

세금 걱정없이 살아봤으면

이 바람조차 욕심이라면 할 말 없다

 

서민이라고 다 같은 서민이 아니다

유치원비? 학원비?

이것도 그나마 그런 여력이 있는 자의 걱정일 뿐.

 

집주인이 방 내놓으라고 할까 눈치만 보는 우리는,

수도물이 끊어질까, 전기가 나갈까 불안한 우리는,

애아빠의 하루 일감이 걱정인 우리는

정말, 오늘 하루가 서럽고 힘겹다!

그 서러움과 힘겨움에 욕심 들어 올 틈이 없다

 

이런 우리에게 안빈낙도하라고?

 

가난이 죄가 된 세상!

그래서 죄인이 된 우리에게

욕심을 버리고 분수에 만족하며 그속에서

여유있는 마음으로 즐겁게 살라고?

초탈한 도인처럼?

 

떡을할,

안빈낙도는 개나 주라고 해라!

 

지금 세상엔

너무나 좋은,

그.러.나

버.리.고.싶은 말들이 너무도 많다.

 

 

 

 

 

 

 

 

 

출처 : 時 而 一 化
글쓴이 : 時而一化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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