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나에게 시란 무엇인가?

2012. 2. 21. 10:49詩,

 

   볼테르는 ‘시란 영혼의 음악이다. 보다 더욱 위대하고 다감한 영혼들의 음악이다.’라고 설파했습니다. 시란 단순한 문학이 아니라 영혼에서 나오는 음악과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호라티우스는 ‘시란 아름답기만 해서는 모자란다.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필요가 있고, 듣는 이의 영혼을 뜻대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말했습니다. 이처럼 시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영혼의 외침인 것입니다. 그런 만큼 시는 영혼이 움직여야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P.B.셸리는 ‘시는 최상의 행복, 최선의 정신, 최량이고 최고의 행복한 순간의 기록이다.’ 이라고 말했습니다. 영혼을 움직일 만큼 강렬한 무엇이 있어야 비로소 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파블로 네루다가 청춘시절 어느 날 갑자기 시가 자신에게 왔던 그 영혼의 떨림을 적은 ‘시’를 감상해 보고자 합니다.

 

 

 

 

             시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그렇게, 얼굴 없이

그건 나를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어.

내 영혼 속에서 뭔가 두드렸어,

열(熱)이나 잃어버린 날개,

그리고 내 나름대로 해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난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遊星)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어둠,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어둠,

소용돌이치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미소(微小)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함께 떠돌았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멋대로 날뛰었어.

 

 

 

 

 

 

 

   시는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찾아왔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언제 왔는지,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내 가슴을 흔들고 내 영혼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갑자기 자연, 하늘, 바람 등등 모든 것이 나에게 다가와 하나가 되고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되어 나를 몽롱하게 만들었습니다. 내 마음 심연의 어느 곳에서 무엇인가 소용돌이치며 뱉어 내고 싶은 무엇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첫 사랑이 오듯, 잊혔던 옛 추억이 떠오르듯 그렇게 시가 문득 나를 찾아올 때면 나는 별들과 함께 떠돌고, 내 심장은 바람에 그만 풀려버립니다. 시는 그렇게 운명처럼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파블로 네루다는 1904년 출생한 칠레의 민중시인이자 사회주의 정치가입니다. 그의 본명은 네프탈리 리카르도 레예스 바소알토라는 이름이었는데, 아버지의 강압에서 벗어나고자 사용한 필명이 나중에는 법적인 실명이 되었습니다. 7, 8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13세 때에는 신문에 작품을 발표했으며, 1923년에는 시집 ‘변천해가는 것’을 출판하여 시단에서의 위치를 다졌습니다. 네루다는 20세기 가장 대표적인 시인으로 손꼽히며,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었습니다. 그의 시는 매우 다양하다고 합니다. 성적인 표현이 많은 사랑 시가 있는가 하면 초현실적인 시, 역사적인 서사시와 정치적인 선언문 그리고 고통과 소외 같은 인간의 내면의 아픔을 표현한 시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사업체를 확장하기 위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더 높은 명예를 위해서 그렇게 자신의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더 높은 곳을 향해 질주하다 보면 그 무엇인가를 어느 정도 성취할 수는 있겠지만, 정작 더 중요한 많은 것을 놓칠 수가 있습니다. 산에 오르는 것은 정상을 가기 위한 것만을 아닙니다.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고 발밑의 돌도 보면서 자연을 내 가슴속으로 받아들이고 자연과 함께 하나가 되는 것도 산을 오르는 이유입니다. 백담사 경내에 가면 시비들이 서 있습니다. 그 중 고은 시인의 시- ‘그 꽃’은 인생을 사는 방법을 일깨워 줍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시는 이처럼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찾게 해줍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시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울림이 있는 한 편의 시는 병든 영혼을 치유하고, 탐욕의 마음을 씻겨주며 삶이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출처 : 思惟-문득 생각하기
글쓴이 : 좋은하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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