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30. 19:27ㆍ詩,
端宗의 詩
단종은 우리 역사상 가정 원통하고 애절한 왕이었습니다. 그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그의 삼촌에 의하여 왕위를 빼앗기고 나중에는 저 강원도 영월까지 귀양을 갔다가 드디어는 그 삼촌에 의하여 개처럼 목 졸림을 당하여 죽었습니다. 이렇게 억울하고 원통한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이를 보면 하늘도 무심하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권력이 어찌 그리도 귀한 것인지 수양대군은 그 권력을 위하여 많은 충신은 물론 끝내는 자기의 조카까지도 죽이는 패륜을 저질렀습니다. 세종대왕 같이 어진 임금님이 어찌 이런 패륜아를 두셨는지 참으로 아이러니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부끄러운 역사의 한 토막입니다.
다음의 시는 단종이 귀양 가서 지은 것입니다. 실로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시입니다. 시는 우리를 이렇게 울리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옛날엔 시가 귀신도 감응케 한다고 하였습니다,
一自怨禽出帝宮 (일자원금출제궁) 원통한 새 한번 궁궐을 벗어나니
孤身隻影碧山中 (고신척영벽산중) 외로운 몸 홑 그림자 푸른 산 가운데 있구나.
假眠夜夜眠無假 (가가면면면무가) 밤마다 잠을 빌고자 하나 잠은 오지 않고
窮恨年年恨不窮 (궁한년년한불궁) 해마다 한을 마치고자 하나 한은 마쳐지지 않고
聲斷曉岑殘月白 (성단효잠잔월백) 소리 끊긴 새벽 멧부리엔 조각달만 밝고
血流春谷落花紅 (혈류춘곡낙화홍) 피 흐르는 봄 계곡엔 낙화만 붉었더라.
天聾尙未聞哀訴 (천농상미문애소) 하늘은 귀머거리 아직도 슬픈 하소연 못 듣는데
何乃愁人耳獨聰 (하내수인이독총) 어찌하여 근심 많은 이사람 귀만 밝더냐?
한 번 원통한 새가 궁궐로부터 쫓겨나니 외로운 몸 푸른 산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정말 단종은 외로운 몸이었습니다. 신하 하나 따라갈 수가 없었고 왕비마저 같이 못 가게 따로 귀양 보냈습니다. 그 원통함 그 억울함, 거기에 그 설움이 어떠하였겠습니까? 밤마다 밤마다 잠을 못 이룹니다. 그래도 금년에는 하지만 해마다 해마다 그 한은 쌓이기만 할 뿐 그칠 줄을 모릅니다. 그리하여 잠 못 이루고 일어나 나와 보면 위에는 새벽달만 밝게 비추고 있고 아래로는 낙화만 흘러가고 있습니다. 자연은 무정하게도 변함이 없는 것이지요. 마침내 하늘을 우러러 탄식을 합니다. 하늘은 정녕 귀머거리인가? 그런데 정작 저 하늘은 저렇게 귀머거리인데 유독 내 귀만 밝아 저 子規 새 소리를 듣는가? 차라리 내 귀도 어두워 저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왜 밝아 저리도 애절히 들리는가 합니다. 참으로 눈물 흘리지 않고 못 읽을 시라고 하겠습니다.
자규 새에 얽힌 단종의 시가 또 하나 있습니다.
月白夜蜀魄啾 달 밝은 밤 자규 새 슬피 우는데
含愁精倚樓頭 슬픔을 머금고 난간에 기대었더라.
爾啼悲我聞苦 네 울음 슬퍼 내 듣기 괴로우니
無爾聲無我愁 네 소리 없다면 내 슬픔도 없으련만
寄語世上苦勞人 세상 괴로운 사람들아, 내 말 들으시오.
愼莫登春三月子規啼明月樓 춘 삼월 자규 새 우는 명월루에는 오르지 마소.
아시다시피 자규 새는 촉백 새라고도 불리며 우리말로는 소쩍새라고도 합니다. 원통함을 머금고 피 울음을 운다는 새입니다. 그리하여 그 울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을 자아내게 합니다. 슬픔이 많은 사람들은 차마 듣기 어려운 울음이지요. 마음 여린 단종도 차마 그 소리 참지 못하여 그 새보다 더 진한 피울음을 여기 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끝내 그 울음은 아무도 들어주지 못하고 홀로 그렇게 서럽게 울다 갔습니다. 참 불쌍한 임금. 그 어지신 할아버지 세종대왕은 무어라 하실까요? 정녕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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