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9. 04:03ㆍ스포츠·golf 外
결국은 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간 김연아 선수에 대해 근거없는 평가 절하를 하거나 비방을 하던 사람은 언론사를 중심으로 많이 있어 왔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경기 상황 혹은 경기와 관련된 전망 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대체로 '예측성 기사'이고 하니 대회의 결과가 곧 답이 되어 버렸지요. 또 이런 일은 김연아 선수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우리 나라 스포츠 스타들에 대해 있어 왔던 일이기도 합니다. 요즘엔 없지만 박지성 선수의 영국 입성 초기에도 그랬고 한 경기의 성과만 좋지 않아도 금방 현지 반응이 어떠니 해 왔었지요.
그러나 김연아 선수에 대한 최근의 비아냥거림은 우리 인터넷 문화의 치부인 댓글족이야 그렇다 치고 대학에 재직한다는 사람들이 나서서 했다는 데에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으로 받아들인 것이 사실입니다. 더구나 김연아 선수가 아직 학생 신분인 관계로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신문 혹은 사설에 의한 짧은 글일 경우는 지면 관계상 한두 가지 논거를 갖고 주장을 펼치게 마련이라서 비판과 인신공격의 경계를 가름에 있어 애매모호함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 불쾌해도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대체로 지나가게 됩니다. 헌데 이번 CBS의 '김미화의 여러분' 5월 22일 자 황상민의 심리추리는 13분 방송 분량 중 처음 8분간을 온전히 김연아 선수에 대한 근거 없는 비아냥으로 일관해 많은 사람들을 탄식하게 했습니다. 비록 그 뒤 20초 정도의 대학의 스포츠 마케팅의 일반론이 있었고 그 뒤 3~4분 정도의 대학의 자세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만 그 뒷부분도 제대로 된 논거라기 보다는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수준이어서 제가 들어 본 방송 중 보기 드문 저질 방송이었습니다. 마치 제도권 방송이 아닌 팟캐스트의 막말들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어쨌든 이제 공은 재판정으로 넘어갔습니다. 제가 여기서 결과를 예단해 봐야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일각에서는 분명히 그게 무슨 고소까지 갈 일이냐? 혹은 맞는 말도 했지 않나? 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 이 문제는 '맞는 말이 섞여 있었느냐? (이것도 김연아 선수에 대한 것이 아니라 대학이 학사 관리가 철저하지 못하다 같은 개인 혹은 특정 주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은 일반론의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지 김연아 선수에 대한 말이 맞다는 것이 아니지요. ) 가 관건이 아닙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단정지어 공중 방송에서 한 개인에 대해 말한 것에 피해를 입었다고 느낀 고소인 측이 법의 심판을 바라는 행위가 이번 고소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교수라는 직무를 가진 사람들에게 상당 수준의 신뢰를 부여합니다. 물론 어느 한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가졌다고 해서 인생살이의 모든 것을 잘 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기에 자기 분야를 벗어나면 스스로 자중해야 하는 것이 보통의 이치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여러 가지로 구설에 오르는 교수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연구 성과물에 대해 표절 시비가 있거나 표절로 밝혀지는 경우는 일단 스스로 연구자로서의 본분을 어긴 경우고 이번 경우는 자신의 본업이 아니고 전공 분야도 아닌 일에 '단순 실언' 이상의 행위가 있었다 판단되는 사건이지요.
이번 경우, 피고소인인 황 교수가 다음 방송에서 진솔하게 '내가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러려니 하고 잘못 방송했다' 라고 했다면 과연 고소라는 절차적 행위까지 갔을지는 의문입니다. 이번 고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제대로 밝혀져 있지 않지만 (일단 검찰이 확인한 것은 황 교수지요) 미흡하나마 사과의 형식을 취한 김미화 진행자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김연아 선수 측이 피고소 대상을 최소화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참 뻔뻔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뻔뻔함이 옛날처럼 흉악 범죄와 관련된 사람들에게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공직자나 선출직, 대학 교수, 방송인 등에게서 심심찮게 나온다는 것입니다. 특히 방송을 통해 '예능' 이라는 이름 하에 좀 민망한 말이 섞이는 경우도 있고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 연예인이 다른 연예인에 대해 뭔가를 비방해 역시 고소로 번진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예능 프로를 가끔 일부 보다 보면 아슬아슬하다 싶은 경우가 있는데 다음 날이면 오히려 그런 발언이 뉴스를 타서 그 연예인의 인지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니 그렇게 (의도적으로) 뻔뻔해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사 토론 등에 나오는 정치인 혹은 관련 인사의 경우는 앵무새처럼 자신의 주장만을 되뇌이고 상대방의 발언 중간에도 계속 소리를 지르는 등 민망한 경우가 많기도 합니다. 아니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그간 최진실 씨의 자살이나 타블로 학력에 대한 길고 지리한 억지가 있기도 했는데 이런 경우는 소위 '악플러'라고 할 수 있는 익명의 사람들이 한 대상 - 주로 연예인 - 을 근거없이 비난하고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형태였고 일부 연예인이 자신에 대한 악플에 대해 고소를 해 수사에 들어가 보면 '장난으로 그랬으니 용서를 바랍니다' 수준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혀를 차게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하기를 원한다면 이런 뻔뻔함에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대중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식의 중상 모략 놀이 같은 것은 통과 의례로 거쳐야 한다는 의식은 진짜 루저들의 심성이라 봅니다. 헌데 나름 사회적 존중을 받고 있는 직업의 소유자가 그런 수준의 발언을 한다면 이는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봅니다.
우리 나라에는 하지만 대략 7만 명 (수년 전 통계니 지금은 더 많겠지요) 이상의 대학 교수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방송에 나와 실언 혹은 그 이상의 행위가 있는 사람들이 대학 교수의 표준이라고는 저도 생각하지 않고 여러분도 그렇게는 여기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학문하는 사람으로서의 위치인 대학 교수는 과거의 '선비'와 비슷한 도덕률을 지녀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수백년 전의 선비처럼 세상에 초연하기만 할 수는 없는 현실이지만 적어도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교수도 사람인 바) 보통 사람보다는 높은 표준의 행동 반경과 도덕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학자는 그 일의 종류가 다른 사람의 이론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통해 더 나은 가설과 논리를 가져야 하는 것이 그 책무라 도청도설(道聽塗說 - 길에서 들은 것을 함부로 옮긴다는 말)해서는 아니될 것이며 나온 말에 대해서는 합당한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흔히 권위 혹은 탈권위를 말할 때 우리 사회는 극과 극으로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권위란 무오류를 말하는 것이 아니며 가볍지 않은 언행 중에 실수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진정한 사과의 용기 또한 필요한 것이고 그럴 때 '내가 누구인데~'라는 것으로 권위가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인정해 주고 지켜줄 때 스스로의 권위가 생김을 명심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탈권위라 해서 무조건 아무 말이나 가볍게 하는 것이 아니고 또 상대의 성과나 존엄을 무시함을 받아들이라는 것도 아닙니다. 권위가 남의 평가로부터 오는 것 처럼 탈권위 역시 권위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의 행위로부터 비롯되는 것입니다. 가끔 우리는 그것을 완전히 거꾸로 해석해서 스스로 어깨를 높이면 권위가 있어 보이고 일반인인 내가 하는 말도 아무 말이나 다 받아들여야 탈권위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건 아닙니다.
고소라는 법률 행위가 진행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그 동안 쌍방 간에 합의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기에 이번 고소가 어떠니 하는 기사 밑의 일반 댓글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이번 법적 조치가 우리 사회에 '격을 지킬 필요가 있는 사람들'의 언행에 있어 조심함을 일깨우고 '무책임한 익명성' 속에 자신의 스트레스를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해소하는 사람들에게나 특히 연예/스포츠 스타를 그런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간주하는 가벼운 사람들에게 지나치면 곤란할 수 있음을 가르쳐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아주 자주 보는 것이 어떤 유명인이 한 때 어떤 잘못을 했다 해서 그 사람의 전부를 싸잡아 비하하는 경우를 인터넷에서 가끔 봅니다. 스스로는 선악의 가치 판단을 부여한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할 지 몰라도 그게 바로 악플의 한 형태입니다.
아울러 TV든 라디오든 대중에게 무작위로 말을 전하는 미디어들도 자극에 의한 시청률/청취율 높이기가 아니라 그 내용의 깊이로 당당하게 대중 앞에 서기를 바랍니다.
이제 우리 그 뻔뻔한 사회와는 단절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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