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막걸리에 관한 시 두 편

2012. 8. 1. 11:57좋은글·名言

 

 

막 걸 리

                                          - 이 수 -

나는 술은 안마시지만,

가끔 막걸리를 음미吟味할 때가 있다

푹 썩은 술에서 젖내가 나기 때문이다

내 아버지는 여자와 술독에 빠져 평생을 사셨는데

아버지 바람 끼에 내 어머니는 얼마나 속이 썩었을까?

 

막걸리에서는 어머니 냄새가 난다

찌그러진 주전자 옆에 놓고

한숨만 쉬시던 어머니에게

나는 시를 배웠다

술밥이 누룩과 함께 썩어 문드러지고

술 익는 냄새를 질펀하게 내듯

생각이 썩고 마음까지 다 익어야 시를 쓸 수 있다

뭉실한 어머니 젖가슴 하얀 주발에

막걸리를 부어놓고 누구라도

기대고 펑펑 울어버리고 싶다

울어보지 않고서야 어찌 시를 쓸 수 있단 말인가?

삶의 질곡桎梏을 용수로 걸러내야시가 되느니

막 걸러진 시에서 향기가 난다

 

 

막 걸 리    

 

                                          -천 상 병 -

 

 

나는 술은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마신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사면
한홉짜리 적은 잔으로
생각날 때만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

 

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원짜리 한잔만 하는데
마누라는
몇달에 한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다만 이것뿐인데
어찌 내 한가지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

 

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니다.
목적은 다만 즐거움인 것이다.
즐거움은 인생의 최대목표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나님의 은총인 것이다.


'술'

술 없이는 나의 생을 생각 못한다.
이제 막걸리 왕대포집에서
한잔 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

 

젊은 날에는 취하게 마셨지만
오십이 된 지금에는
마시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아내는 이 한잔씩에도 불만이지만
마시는 것이 이렇게 좋은 줄을
어떻게 설명하란 말인가?

 

'아주 조금'

 

나는 술을 즐기지만
아주 조금으로 만족한다.
한자리 앉아서 막걸리 한잔.

 

취해서 주정부리 모른다.
한잔만의 기분으로
두 세시간 간다.

 

아침 여섯시,
해장을 하는데
이 통쾌감! 구름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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