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인생을 반추해 볼 나이가 되었다.
살아갈 날보다도 살아온 날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되돌아본 기억은 별로 없다.
철부지이기도 하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별로 손에 쥔 것이 없다.
하긴 인생이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하지 않았던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했으니 남는 게 없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은 뭔가 휑하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지음(知音)!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 거문고를 연주했고 그가 죽자 소리 내기를 그만두었다.
또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士爲知己者死)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족(自足)할 수 없는 사람에게 자족하라고 해봐야 그건 공염불에 불과하다.
눈 내린 날 흥에 겨워 벗을 찾아가다가 그 흥이 다하자 도중에 그대로 돌아왔다는,
대숲에 살던 은둔객처럼 제멋에 겨워 살 수 있다면 그것도 참으로 좋은 일이다.
‘죽어도 좋고 살면 더 좋고’라는 어록을 남긴 채 한 줌의 재로 사라진 그 도반의 말처럼
남이 몰라주더라도 제멋에 살면 될 일이고,
또 알아주면 알아주는 대로 그것 또한 괜찮은 일이라고 여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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