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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자전거 영웅, 엄복동

joon1008 2012. 7. 14. 09:24

 

자전거 영웅, 엄복동

 

 

 

떴다 안창남 비행기, 내려다보니 엄복동 자전거

"떴다 보아라 안창남의 비행기,
내려다 보니 엄복동의 자전거,
간다 못 간다 얼마나 울었던가…"


일제강점기, 한국인 최초의 비행사였던 안창남(安昌男)과 은륜으로 민족의 울분을 씻어줬던 사이클왕 엄복동(嚴福童).
암울했던 1920년대, 두 사람을 기리던 노래는 널리 퍼졌다.
특히 대회에 출전했다하면 콧대 높은 일본인 사이클 선수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우승한 엄복동은 민족적 자긍심 그 자체였다.


자전거 스타의 탄생

1790년 프랑스의 귀족, 콩트 드 시브락(Comte de Sivrac)이 처음 만든 자전거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구한말 개화기로 추정된다.
당시 부유층의 교통수단이었던 자전거는 '가마꾼 없이 스스로 가는 수레'라 해서 '자행거(自行車)'라 불리기도 했다.

그렇게 한국에 보급된 자전거는 1900년대 초, 판매 장려를 위한 경기 대회가 열리기 시작하고 자전거 대회가 큰 인기를 끌면서 자전거 판매상들은 점포에서 일하던 점원을 선수로 양성해 대회에 출전시켰는데 엄복동도 예외가 아니었다.

1892년 서울에서 태어나 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평택의 자전거 판매점인 일미(日米) 상회에서 점원으로 일한 엄복동은 자전거 행상팀을 따라 서울과 평택을 자전거로 오가며 아마추어로 ‘훈련’을 쌓았다.

그리고 그의 나이 21살 때인 1913년 4월, ‘전(全)조선 자전차 경기대회’에 출전해 우승하면서 조선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경성일보사(京城日報社)와 매일신보사(每日申報社)가 공동 주최한 이 대회는 인천(12일), 용산(13일), 평양(27일)에서 차례로 열렸는데, 중고 자전거를 갖고 출전한 엄복동은 4월 13일 용산에서 일본 선수 4명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평양 역전 광장에서 열린 27일 경주에서는 일본인 선수들을 제치고 엄복동이 1위, 황수복(黃壽福)이 3위를 차지해 일제치하 억압에 시달려온 한민족의 울분을 풀어주었고, 감격과 환호의 눈물 속에 엄복동은 일약 스타로 부상했다.


불세출의 자전거 영웅

엄복동의 승리 소식이 전국에 알려지자 그전까지 친목 동호회 행사이거나 자전거업계의 판촉행사 성격이 강했던 자전거 경주대회는 관객들이 구름같이 모여드는 명실상부한 스포츠 행사가 되었고 엄복동은 1922년 5월 31일부터 2일간, 평양에서 열린 ‘전(全)조선 자전차 경기대회’에서도 일본 선수들을 모두 물리치고 1위에 오르는 등 주요 대회의 초청 선수로 참가해 우승을 휩쓸었다.

특히 엄복동은 중반 레이스까지는 중간 그룹에 끼어 페이스를 조절하며 달리다가 종반이 되면 갑자기 페이스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작전을 구사해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지켜보았고,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치고 나가 역전 우승하는 엄복동의 질주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열광했다.

그렇게 엄복동이 요지부동의 사이클 왕으로 군림하자 그의 독주를 저지하려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1920년 5월 2일 열린 시민대운동회 자전거 경주에서는 엄복동의 우승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일본 심판이 일몰(日沒)의 핑계로 경기 중단을 선언해 엄복동이 격렬히 항의하자 일본인들이 엄복동을 구타한 사건이 일어났고, 1922년 4월 2일 상주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일본인 선수의 방해로 큰 부상을 당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엄복동은 상대 선수와 부딪혀 넘어져도 곧바로 레이스에 합류해 대역전극을 펼치며 우승하는 투혼을 발휘하며 ‘조선 일류선수권대회’,‘일류 20바퀴돌기대회’ 등에서 연승했고, 1932년 4월 20일 열린 ‘전 조선 남녀자전거대회’에는 48세의 나이로 출전!
1만 미터 경주에서 당당히 우승하며 불사조(不死鳥)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영웅은 사라졌지만 그의 이름은 영원하다

어떠한 역경도 극복하며 승리하는 엄복동은 단순한 스포츠 스타를 넘어 식민지의 열패감을 씻어주는 희망과 자부심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영웅의 말로는 쓸쓸했다.
1930년대 초 은퇴 후 어려워진 생계로 방랑 생활을 하던 엄복동은 1951년, 6.25 전쟁의 와중에 동두천 부근 야산에서 폭격을 당해 세상을 떠났는데, 식민지의 한을 달래준 자전거 영웅을 기리기 위해 대한사이클연맹은 1977년부터 ‘엄복동배 쟁탈 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고 올해는 “자전거 왕, 엄복동”을 소재로 한 자전거 레이싱 영화도 제작된다 하니 일제 치하의 암울했던 시대, 전 조선인을 하나로 뭉치게 했던 엄복동.
그의 이름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KBS WORLD

 

 

출처 : 추억속으로
글쓴이 : 그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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